정부의 급조된 단기 일자리 대책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청년 단기 일자리 대책이 보여주기식 수치 맞추기에 급급해 일자리 창출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한 채 '세금 뿌리기'로 변질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 현장에선 기존 직원들도 자리를 지키기 어려운 상황인데, 신규 채용을 독려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휴직자 넘치는데 알바 못 뽑아"
정부는 지난 4월 말 코로나 위기 고용 대책 중 하나로 공공·청년 일자리를 55만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엔 '청년 디지털 일자리' 6만개와 '일 경험 지원 일자리' 5만개가 포함돼 있다. 청년 디지털 일자리란 정보기술(IT)과 관련해 청년을 고용하면 정부가 최장 6개월 동안 월 최대 190만원을, 일 경험 지원 일자리는 최대 주 30시간 근무 조건으로 청년을 채용하면 최장 6개월 동안 월 최대 88만원을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는 3차 추경에서 두 사업을 위한 예산으로 7963억원을 확보했다. 지난 7월 30일부터 신청이 시작됐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사실상 고사 직전인 일부 업종에선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여행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관광 전공 미취업·실직 청년 지원'에만 1000명을 할당해놨지만, 이미 지난달 초까지 여행사 3690여 곳이 휴업과 직원 휴직을 사유로 정부에 지원금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국내 여행 수요가 다소 늘어 채용을 하는 곳도 있긴 하겠지만, 정말 일부에 한하는 이야기"라며 "기존 인원은 휴직하게 두고 새로 청년을 뽑는 것은 기존 직원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했다.
호텔 업계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한국호텔업협회를 통해 호텔 실습생을 2100명 채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본지가 호텔 세 곳에 연락해 보니 "신규 채용 계획은 없고 휴직자들 복직이 먼저"라고 했다.
◇전문 업무라지만 결국 단순 업무
정부는 청년 일자리 11만개 중 2만5000여 개에 대해서는 '특화 분야'란 이름을 붙여 업무를 제시했다.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 등 300명' '중소 환경기업 청년 일 경험 1000명' '식품기업 온라인 홍보 마케터 양성 200명' 등이다. 나머지 8만5000개 일자리는 특별한 업무 구분이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특화 분야도 단순 업무가 될 가능성이 많았다.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 등 일 경험' 사업을 운영하게 된 대한화장품협회는 "화장품 조제관리사 자격이 있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지만, 업무엔 제한이 없고 단순 사무 업무도 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식품기업 온라인 홍보 마케터는 예시일 뿐, 식품 분야라고 해서 따로 디지털 일자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특화 분야 사업 업무를 위탁받은 한 업체는 "특화 분야라고 해서 업무 구분이 없는 일반 분야와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신청을 받겠다고 했지만 워낙 급박하게 정책이 만들어지다 보니, 현장에선 아직 신청조차 시작 못 한 경우도 나오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는 기업들로부터 신청을 받기 위한 홈페이지 계정을 최근에야 만들고, 다음 주부터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협회 관계자는 "워낙 급하게 사업이 추진되다 보니 지원 대상이 맞는지를 고용부에 문의해도 한참이 걸려 답변이 오고 있다"고 했다.
August 13, 2020 at 01: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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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업 속출 여행업계에… "알바 1000개 만들라"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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