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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이네 식탁
그는 20여년간 여행을 다녔습니다. 다른 이가 휴가 때 가는 여행이 그에게는 밥벌이였죠. 그렇다고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가운 소주를 붓는’ 노동은 아닙니다. 생계를 해결하는 직업이지만, 그에게 ‘여행작가’는 삶의 큰 기쁨이었지요. 그가 요즘 시무룩합니다. 매일 동네 백반집에서 찬 소주를 붓고 있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코로나19 때문입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지기 전, 그는 새로운 비즈니스도 시작했습니다. 여행 인플루언서들이 제대로 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게 돕고, 그들을 필요로하는 데에 연결해 주는 것이었답니다. 동남아 등 여러 나라 여행 계획도 잡혀있었고, 여행 동영상 작업도 시작할 참이었지요. 이 모든 ‘시작’이 이젠 기약이 없습니다. 그는 여행 콘텐츠 업계에서 꽤 실력 있는 작가입니다. <교육방송>(EBS)의 <세계테마기행> 등에 출연했고 쓴 여행 책만 15권이 넘습니다. 어느 날 책 한권이 도착했습니다. <하루 여행 하루 더여행>. 책엔 저자인 그의 이름이 또렷이 적혀 있었지요. ‘최·갑·수’. 표지를 보는 순간 활짝 웃었습니다. 제 휴대전화 사진첩 속 사진이 걸려있더군요. 전국권으로 유명해진 신안군 암태도의 ‘기동삼거리 할머니 할아버지 벽화’ 사진이었습니다. 그가 빨리 활짝 웃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만큼은 아니지만, 여행기자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도통 사람들이 몰리는 여행지는 소개하기가 꺼려집니다. 그래서일까요. <한겨레> 김선식 여행기자는 ‘불편하지만 인적이 드문’ 여행지를 이번주 골랐습니다. 물론 여행객이 몰리지 않아서 갈 만한 곳이란 소리는 아닙니다. 여행의 예의를 지킬 수 있는 불편한 곳이 이젠 갈 만한 근사한 여행지라는 거죠. 자, 떠나봅시다. 최갑수의 국내 여행지 소개 책을 들고 말이죠.
박미향 팀장 mh@hani.co.kr
July 23, 2020 at 07:25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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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최갑수, 그리고 김선식의 '불편한 여행' : ESC : 특화섹션 : 뉴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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