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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조국 사태 넘어 권력형 비리 될까 - 한겨레21

[사회일반]조국 사태 넘어 권력형 비리 될까 - 한겨레21

‘조국 사태’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문재인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는 검찰 수사가 잇따르고 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이다. 두 수사는 ‘조국 사태’를 능가하는 악재가 될지도 모른다. 조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은 개인 비리 성격이 강했지만, 두 사건은 권력형 비리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조국, 유재수, 백원우, 잇따르는 검찰 수사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는 유 전 부시장은 11월27일 구속됐다. 권덕진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혐의의 상당수가 소명됐고 증거인멸과 도주의 염려가 있다”며 그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재직 당시 업체들에서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수뢰 후 부정처사 등)를 받고 있다.

유 전 부시장 사건은 고위 공직자의 단순 비리에 그치지 않는다. 이 사건의 본질은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특권과 반칙을 용납하지 말라는 ‘촛불정신’을 훼손했는지에 있다. 공직 기강을 바로잡아야 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고위 공직자의 파렴치한 비위를 적발하고도 그가 현 정권 실세들과 가깝다는 이유로 ‘필벌’을 회피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당시 청와대는 특권과 반칙을 일삼았던 전 정권의 ‘적폐’ 청산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검찰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형철 청와대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과 특별감찰반원들에 따르면 당시 조국 민정수석은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던 2017년 10월 그의 비위 첩보를 보고받고 감찰을 강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특감반은 유 전 부시장을 불러 조사한 뒤 그가 사모펀드 운용사 등에서 자녀 유학비, 항공권 등 수천만원대 금품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두 달 뒤인 그해 12월께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이 갑자기 중단됐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에 병가를 낸 뒤 잠적했다가 석 달 뒤인 지난해 3월 사표를 냈다. 당시 금융위는 날로 심각해지는 가계부채와 싸우고 있었고 금융정책국장은 그 선봉에 섰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3개월 동안 자리를 비웠다. 금융위는 청와대로부터 감찰 사실을 통보받고도 그를 징계하지 않고 사표를 수리했다. 그는 금융위를 떠난 뒤 곧바로 여당 소속의 국회 수석전문위원을 거쳐 지난해 7월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비위 의혹으로 청와대 특감반의 감찰을 받았던 인사가 징계는커녕 다른 공직자들의 부러움을 사는 자리로 옮겨간 것이다.

갑작스러운 감찰 중단 뒤 부시장 영전

박형철 비서관은 감찰 중단이 조국 전 민정수석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진술했다. 반면 조 전 수석 쪽은 민정수석실 비서관 회의(조 전 수석,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 박형철 비서관)를 통해 ‘사직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감찰 중단을 누가 결정했는지는 검찰 수사에서나 중요할 뿐이다. 국민은 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반칙과 특권을 용납하는 결정을 내렸는지 알고 싶어 한다.

유 전 부시장은 현 정권의 핵심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몇 안 되는 경제관료다. 그는 2004년 참여정부 때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행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경수 경남도지사,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등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런 배경이 청와대 감찰 중단에 작용한 게 아닌지 의심한다. 검찰은 박 비서관이 “조 전 수석이 ‘주변에서 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고 한 뒤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에 주목한다. 박 비서관은 검찰 조사 후 사의를 표명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자유한국당)에 대한 하명 수사 의혹은 청와대와 김 전 시장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김 전 시장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이 자신의 측근들을 수사한 것은 청와대의 ‘하명’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지난해 5월 김 전 시장의 동생과 비서실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하명 수사를 지시한 바 없다. 청와대는 비위 혐의 첩보가 접수되면 정상 절차에 따라 관련 기관에 이관한다. 당연한 절차다”라고 반박했다. 당시 김 전 시장 첩보에 관련된 것으로 지목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도 입장문을 내어 “첩보나 제보를 일선 수사 기관에 이첩해 수사하도록 하는 것은 수십 년 넘게 이뤄져온 민정수석실의 고유 기능”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청와대의 하명 수사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청와대가 사건 첩보를 내려보낸 뒤 경찰로부터 압수수색 계획과 사건 관계자 소환 계획 등 수사 내용을 9차례 보고받은 정황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공무원은 청와대의 감찰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당시 청와대 인사들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 수사를 ‘윤석열 검찰’의 검찰개혁에 대한 반란의 하나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백원우 전 비서관은 입장문에서 “이 사건으로 황운하 현 대전경찰청장(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이 고발된 것은 벌써 1년 전이지만 단 한 차례의 참고인·피의자 조사도 하지 않고 있었다. 황 청장의 총선 출마와 조국 전 민정수석 관련 사건이 불거진 이후 돌연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을) 이첩해 이제야 수사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1년 지난 지금 왜?

황 청장은 참여정부 때 경찰청 수사권조정팀장을 맡아 검경 수사권 조정 작업에 참여하는 등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위해 오랜 기간 검찰과 각을 세웠다. 이 사건이 문재인 정부에 악재가 될지는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청와대와 윤석열 검찰의 ‘불편한 동거’가 완전히 깨지는 계기가 될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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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9 06:00:0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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