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검찰 인사에 이어 다시 정국의 중심에 섰다. 지난 4일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피의자 13명에 관한 공소장을 제출해 달라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요구를 거부하면서다.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을 침해하는 잘못된 관행"이란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야권은 물론 범여권인 참여연대(5일)와 정의당(6일)도 비판에 나서고 있다. “선거 개입 의혹에선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 보호보다 국민의 알 권리가 더 중요하다”는 취지였다.
여권 핵심 “추 장관이 사고 친 것”
논란이 커지자 법무부는 6일 설명자료를 냈다. “(추 장관이) 헌법정신에 따라 법무부가 제정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법무부 스스로 위반할 수 없고 예상되는 정치적 부담은 감내하겠다는 소신을 밝힘에 따라 최종적으로 공소장 전문을 제출하지 않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공소장 비공개 결정이 추 장관의 ‘정치적 결단’이었음을 시사한 것이다.
법무부 고위 인사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소장 비공개) 결정 이전에 주요 간부가 참석한 난상토론이 있었다”며 “추 장관이 '공소장이 본인에게 송달되기 전에 국회를 통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은 문제가 없느냐'고 물어 원칙적으로 비공개가 맞는다는 의견이 다수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여권은 공식적으로는 추 장관을 거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 사안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5일)는 반응이었고, 민주당은 "국회 자료제출요구에 응해 공소장이 제출되면 곧바로 의원실을 통해 공개되는 나쁜 관행에 제동을 것일 뿐"(6일, 이해식 대변인)이라고 논평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추 장관이 총대를 메면서 '추미애 대 윤석열' 구도가 청와대의 부담을 덜어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추 장관의 결정에 불편함을 드러내는 여권 인사도 적지 않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청와대와 조율되지 않은 채 추 장관이 실익도 명분도 없는 결정을 내렸다”며 “사고 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 인사 때부터 계속된 추 장관의 단독 행동이 선거의 큰 악재로 떠올랐다”라고도 했다.
2009년 환경노동위원장 추미애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당시 추 위원장은 여당인 한나라당이 추진하던 노동법 개정 문제에 민주당이 전면 반대하자, 오히려 민주당 의원들의 회의장 진입을 막은 채 법안을 처리했다. 당내에선 ‘역적’으로 몰렸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추다르크의 고집은 아무도 못 말린다"고 했다.
구체적 성과에 따라 정치적 명운
‘조국 사태’ 수습용으로 비치던 법무부 장관 자리가 당 대표를 지낸 5선의 추미애 의원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인 자리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수락한 데에는 “검찰 개혁을 한반도 평화 문제에 못지않은 어젠더라고 생각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를 잘 알았기 때문”이라는 게 추 장관 주변의 설명이다.
실제로 추 장관은 여권의 차기 유력 후보군 중 한명으로 꼽히곤 한다. 서울시장 도전 의사를 주변에 피력한 적이 있다는 말도 있다.▶TK 출신의 여성▶DJ가 발탁해 구민주당을 끝까지 지킨 인물 등은 여권에선 매력적인 이력으로 평가되기에 나오는 말들이다. 여기에 검찰 개혁 마무리의 총대를 메면서 최근엔 ‘문재인의 사람’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문 대통령과 가까운 한 여권 인사는 "추 장관은 당 대표 시절 외부의 시각과 달리 청와대와 별다른 불협화음을 내지 않았다"라며 "문 대통령의 추 장관에 대한 평가도 그 시기를 거치며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희석되긴 했으나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결정에 찬성표를 던졌던 이력은 아직 꼬리표다. 이에 따라 친문 지지층의 전폭적 지지를 받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 의원은 “추 장관이 친문 인사로 탈바꿈한 것은 맞지만, 지지층의 너른 지지를 확보한 단계는 아니다"라며 "검찰 개혁 강공 드라이브에 자신의 정치적 성패가 달렸다고 판단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20-02-06 20:00:05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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