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구속) 감찰 무마 의혹에 이어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下命)수사 의혹에 백원우(53) 전 민정비서관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이런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민정비서관 있는 동안 무슨 일 있었나
백원우 입장문 “통상 사안으로 첩보 단순 이첩”
백 전 비서관이 일한 민정수석실은 수석비서관 산하에 민정비서관ㆍ반부패비서관ㆍ공직기강비서관ㆍ법무비서관 등 네 명의 비서관을 두고 있는데,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백 전 비서관이 있던 민정비서관실 힘이 가장 셌다고 한다. 17·18대 재선 국회의원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비서관에 기용되면서부터 “급이 다른 왕비서관”이란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통상 재선 이상 국회의원 정도면 수석으로 발탁되곤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친인척 등 주변 인사 관리와 국정 여론ㆍ민심 동향을 파악하는 게 주 업무인 민정비서관 자리에 백 전 비서관을 앉힌 것도 두터운 신뢰 때문이었다는 게 정치권 정설이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28일 통화에서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문 대통령 핵심 참모로 불린 이호철 아니었느냐”며 “백 전 비서관과 문 대통령 거리가 그만큼 가까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런 백 전 비서관은 우선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소속 김 전 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의 근거가 된 비위 첩보 문건을 같은 민정수석실 산하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지목됐다.
백 전 비서관은 “단순 이첩 이상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백 전 비서관은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이날 입장문을 내고 표적 수사 하명 의혹을 적극 부인했다. 특이한 점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라면 ~했을 것”이라는 가정법 표현 등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고 반론을 담은 점이다. 백 전 비서관은 빠르면 금주 내 검찰에 소환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백 전 비서관은 이번 사안에 대한 검·경 간 입장차를 부각하기도 했다.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사안은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건처럼 경찰에선 유죄, 검찰에선 무죄로 판단한 사건”이라면서다. 이는 검찰 수사 배경의 정치적 의도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졌다. 백 전 비서관은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사건으로 (김 전 시장 수사를 지휘한)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이 고발된 건 벌써 1년 전 일이나 검찰은 참고인·피의자 조사도 하지 않았다”며 “황 청장의 총선 출마, 조국 전 민정수석 사건이 불거진 이후 돌연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을 이첩해 이제야 수사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인 의도가 아닌지 의심이 들 뿐”이라고 했다.
백 전 비서관의 비리 첩보 입수 경로도 관심을 끄는 가운데 야권의 시선은 일명 ‘버닝썬 사건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규근 총경을 향하고 있다. 지난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때 조 전 장관과 윤 총경이 함께 찍힌 사진을 공개한 김도읍 한국당 의원은 “윤 총장은 백 전 비서관의 오른팔로 지칭된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고 문재인 정부 때 백 전 비서관 아래 행정관으로 발탁됐다”고 말했다.
백 전 비서관은 댓글 조작 사건 당사자인‘드루킹’ 김동원씨가 일본 오사카 총영사 임명을 청탁한 도모 변호사를 면담한 과정을 놓고도 수사를 받은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 2월 이 사건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백 전 비서관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인터넷 홈페이지 ‘노하우’를 운영하며 당선에 기여했고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때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맡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부터 올 1월까지는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지휘를 받는 민정비서관으로 일하면서 정권 실세로 꼽혔다. 청와대를 나와서는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정책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부임했다. 재선 국회의원 출신 백 전 비서관은 또 다른 친문 핵심인 양정철 원장과 함께 내년 총선 불출마 의사를 전해 주목을 받았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2019-11-28 08:58:47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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