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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우리 다시 여행할 수 있을까? -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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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우리의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짝꿍 없이 외줄로 줄지어 앉습니다. 학생간 접촉을 최소화한 개별 활동이 주를 이룹니다. 학생들이 그토록 기대하는 체육대회도, 수학여행도 사라졌습니다. 방학이나 명절 연휴 기간에도 우리는 '집콕'이 안전하다고 느낍니다. 코로나로 인해 미뤄두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여행이 아닐까요?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여행이 더욱 간절해집니다. 우리는 언제 다시 여행할 수 있을까요?

◆ 일상의 반복과 의무감에서의 탈출

인간은 왜 여행을 꿈꿀까요?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행은 고되고, 위험하며, 비용도 든다. 가만히 자기 집 소파에 드러누워 감자칩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는 게 돈도 안 들고 안전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안전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한다."

우리는 반복되는 일상과 해야 할 일들의 압박감에서 해방되고 싶어합니다. 일상이 주는 무게감에서 벗어나 낯설지만 새롭고, 두렵지만 설레이는 것을 갈망합니다. 그래서 작가는 여행지에서 만나는 호텔이 너무나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집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집에서는 청소, 설거지, 숙제 등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합니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면 이런 일상의 의무감에서 해방감을 느낍니다.

이렇게 여행의 정의를 일상의 부재, 의무감에서의 해방이라고 정의한다면, 우리는 여행을 조금 새롭게 확장할 수 있습니다. 눈만 뜨면 가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학교, 혹은 직장생활에 스스로 변화를 주는 것입니다. 평소 무심히 다니는 등굣길이나 출근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로 걸어 가본다든지, 산책할 때 가보지 않은 공원을 선택한다든지 하는 것입니다. 또 일상에 함몰된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단호히 덮어두고 마치 여행을 온 듯 맛집이나 카페를 찾아 머릿속을 비우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가 여행에서 바라는 것들을 일상에서 시도하는 것이지요. 코로나 시대에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여행을 지금 이곳에서 찾아보면 어떨까요?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이처럼 일상의 반복을 견디기 힘들어서입니다. 하지만 여행의 끝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 안도하며 마무리됩니다. 다시 돌아올 곳이 있기에 떠남을 갈망했던 것이지요.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는 그 일상을 새롭게 받아들일 힘이 생긴 건지도 모릅니다. 여행도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떠나지만 결국은 '나'라는 자기자신으로 돌아오는 것과 맥락이 닿아있는 듯합니다.

◆ 비여행, 탈여행으로 떠나는 여행

인류는 오래전부터 낯선 곳에 대한 동경과 갈망이 있었습니다. 산업혁명 가운데 증기기관차가 개발되고, 교통수단이 점점 발달하면서 여행의 제약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19세기 후반에 쓰여진 여행 소설,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 일주'는 당시 굉장한 인기를 누렸습니다.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가 하인과 함께 영국을 출발해 80일 동안 지구를 횡단하여 다시 영국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입니다. 2만 파운드라는 거금이 걸려 있어서 주인공이 제시간에 도착할는지 마음을 졸이며 읽게 되는 책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세계 일주라고 했을 때 떠올리게 되는 여행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습니다.

가령 주인공은 이집트의 항구도시 수에즈에 도착하지만 선실에서 내리지 않습니다. 어떤 도시에 머무르더라도 그곳의 음식이나 문화 등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오로지 80일이라는 기간 내에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듯 보입니다. 여행을 하지만 여행을 하지 않는 모습으로 보여집니다. 그럼에도 그가 여행지에서 겪는 예측불가능한 일들은 흥미롭게 읽힙니다.

김영하 작가는 주인공의 이런 여행을 '비여행' 혹은 '탈여행'으로 표현합니다. 여행을 하되 우리가 생각하는 여행이 아니라든지, 직접 여행하지 않았지만 그곳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여행은 직접 여행을 하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여행의 감각을 언어화함으로써 그 여행은 더욱 명확해진다는 것이지요. 몸으로 직접 떠나는 여행을 미룰 수밖에 없는 요즘, 여행책을 읽으며 지구 반대편을 경험하는 것은 어떨까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면서 언제 다시 우리가 생각하는 여행을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여행의 정의를 새롭게 한다면, 지금 이곳에서 실행할 수 있는 다양한 여행이 생겨납니다. 어쩌면 오늘 현관문을 열고 나서면서 시작되지 않을까요? 혹은 어느 여행자의 여행책이나 블로그를 통해서도 경험하지 않을까요? 이미 우리는 인생이라는 여정의 여행자들입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November 02, 2020 at 04:3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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