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 재판” “앉아요”…검찰·법원, 정경심 법정서 또 충돌 - 한겨레
검사들 집단 반발…고성 오간 재판
“공판 조서 진술기회 왜 안주나”
부장검사 등 9명 나서 이의 제기
재판부는 “되돌아보겠다”며 거부
검사들 번갈아 “일방 진행” 항의
재판부, 이름 물으며 착석 지시
“30년간 이런 재판 본 적 없다”
변호인 발언에 부장검사 반박 ‘설전’
“재판 공정성 의심 받아선 안돼” 지적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4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시민들이 방청을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이의 제기하고 싶습니다. 저희는 한마디도 하게 하지 않으시고요, 왜 듣지 않으십니까. 전대미문의 재판을 하고 계십니다.”(검찰)
“다 읽어봤습니다. 아까 말씀하셨습니다. 앉으십시오.”(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
정경심 동양대 교수(구속기소)의 딸 표창장 위조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와 검찰이 법정에서 다시 정면으로 충돌했다. 지난 11일 공소장 변경 허가 여부를 두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인 데 이어 두 번째다. 검찰은 재판부의 소송지휘 방식 등을 문제 삼으며 불만을 집단 표출했고, 재판부가 이를 제지하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송인권)는 사문서위조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정 교수의 네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오전 10시 재판이 시작되자 검찰은 지난 기일 재판부의 재판 진행 방식이 잘못됐고, 검찰의 반론이 공판조서에 빠진 채 이견이 없는 것처럼 정리돼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법정에는 ‘조국 일가 수사’를 이끄는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 부장이 직접 나오는 등 검사 9명이 나섰다. 검찰은 정 교수를 추가 기소하면서 전날 재판부의 중립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서면 10가지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공판조서에서 빠진 내용을 법정에서 직접 진술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모든 내용을 공판조서에 기재할 수는 없으니 조서 일부 수정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재판부의 예단이나 중립성을 지적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문제”라며 “의견서 제출을 계기로 다시 한번 되돌아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 부장검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견 진술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검사들이 잇따라 일어나 재판부에 항의하고, 재판부가 “앉으시라”며 발언 기회를 불허하는 장면이 거듭되면서 긴장감도 높아졌다. 이런 승강이는 20여분가량 이어졌다.
재판장의 소송지휘에 대한 검찰의 이의 제기도 기각당했다. 강백신 부부장 검사는 “검찰이 뜻을 전달하기도 전에 재판장께서 말을 끊어 전달 안 된 부분이 있다. 부적절하다. 형사소송법 규정에 근거해 이의를 제기한다”고 밝혔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교수 쪽 김칠준 변호사도 검사와 설전을 벌였다. 김 변호사는 “공판중심주의를 말씀하셨는데, 그 대전제는 재판장 지휘에 충실히 따르는 것이다. 30년 동안 재판을 봐왔지만, 이런 재판을 본 적 없다. 검사들이 모두 재판장의 발언을 제지하고 일방적으로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저는 허가를 얻어서 말씀드리는 것이다”라고 밝히자, 고 부장검사는 “(변호인은) 재판부에 의견을 밝히겠다고 해서 발언 기회를 얻은 거지, 저희를 비난하라고 얻은 기회가 아니다. 저희도 재판장이 검찰의 의견을 이렇게 받아주지 않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맞받아쳤다.
재판부와 검찰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여러 우려가 나온다. 실체적 진실을 찾는다는 재판의 원래 목적과 멀어지고, 재판의 공정성도 의심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판사는 “재판부가 이미 내린 결정에 끝까지 문제 제기를 하는 검사나, 발언 기회조차 주지 않은 판사나 양쪽 모두를 이해하기 어렵다. 법률 전문가들끼리 이렇게까지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없다”며 “이례적인 일”이라고 짚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원칙적으로는 재판장의 소송지휘를 따라야 하지만, 통상 검찰이 발언 기회를 요청하면 기회를 줘야 소송 절차 진행상 공평해 보일 수 있고, 외관의 공정성도 담보할 수 있다”며 “재판이 불공정하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 자체가 검찰 입장에서는 큰 수확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한솔 장예지 임재우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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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9 10:10:1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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