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11.8/뉴스1 |
문재인 대통령이 5년 임기 반환점을 하루 앞둔 8일 검찰개혁을 필두로 한 공정사회 작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조국 사태'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공정가치 훼손에 대한 질타와 신속한 검찰개혁에 대한 요구를 받았던 문 대통령이 하반기 국정구상 방향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열린 5차 반부패정책협의회는 유독 공정의 가치가 강조됐다. 회의 명칭이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로 확대 수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 서두부터 공정가치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여전히 사회 곳곳에 만연한 반칙과 특권이 국민에게 깊은 상실감을 주고 있고 공정한 사회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조계 및 퇴직 공직자들에 관한 전관특혜를 철저히 조사함으로써 공정과세 실현 △입시학원 등 사교육 시장의 불공정 바로잡기 △채용의 공정성 확립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일련의 사항들을 강조하면서 공정사회, 불공정 등의 단어를 포함, '공정'이란 단어만 23번 언급했다.
검찰개혁을 공정가치 실현의 필두로 내세운 점도 눈에 띄었다. 문 대통령은 "특별히 검찰개혁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다.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매우 높다"며 "국민들이 공권력 행사에 대해서도 더 높은 민주주의, 더 높은 공정, 더 높은 인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에 관한 검찰의 역할은 언제나 중요하다"며 "이제부터의 과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아닌 다른 어느 누가 총장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유난히 공정의 가치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공정 가치의 실현이 이 회의의 출발이자 끝이기 때문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월 14일 장관직을 사퇴할 때까지 전국은 조 전 장관과 그 가족이 행한 재산증식, 입시과정 절차가 공정했는지를 두고 들썩였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하염없이 떨어졌다. 취임 초 80%대였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 지지율을 코앞에 두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7.25/뉴스1 |
이후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이 퇴임을 밝힌 당일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검찰개혁과 공정의 가치는 우리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목표이며 국정과제이기도 하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어 "정부는 그 두 가치의 온전한 실현을 위해 국민의 뜻을 받들고 부족한 점을 살펴가면서 끝까지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천명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뒤이어 공정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10월 25일 교육개혁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고 31일 기존 반부패정책협의회를 확대 개편한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열기로 했다. 다만 반부패정책협의회는 문 대통령이 모친상을 당하면서 이날(8일)로 연기돼 열렸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서도 공정 가치의 실현에 방점을 뒀다.
문 대통령은 "오늘 논의한 안건들은 모두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분야이기에 더더욱 중요하다. 이 방안들이 모두 실현된다면 공정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또한 높아지리라 생각한다"며 "오늘 논의들을 실효성 있게 만들고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부족한 점은 보완하라. 공공부문을 넘어 민간영역까지 확산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우리 정부는 권력기관 개혁에 이어 생활적폐 청산까지 공정사회를 위한 개혁과제들을 진행해왔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사회 전반에 있어 공정성 개선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기대와 요구가 있었다. 앞으로도 공정성 향상을 위한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은 전관특혜 및 채용방안 근절 방안 등에 대해 굉장히 열띤 의견 개진이 있었다. 각 부처 간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윤 총장 간 이날 별도 대화 여부 및 윤 총장이 회의 때 검찰개혁에 대해 어떤 언급을 했는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문 대통령과 윤 총장 간 이날 만남은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첫 대면으로 주목됐다. 앞서 윤 총장은 지난 8월 조 전 장관이 후보자 신분이던 당시, 조 전 장관 일가(一家)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지시한 바 있고 수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조 전 장관은 문 대통령 '복심 중의 복심'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이날 "윤 총장이 아닌 다른 어느 누가 총장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켜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에둘러 '조국 사태'에 대한 불만을 비친 게 아니냐는 풀이도 나왔다. 윤 총장의 임기는 총 2년 중 1년 8개월여가 남아있는 상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 언론 공개 모두발언 후 전환된) 비공개 회의 땐 검찰개혁에 대해 전혀 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며 "(두분이) 따로 말씀을 나누시는 것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윤 총장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검찰개혁 중요성을 언급한 게 특별해 보인다'는 취지의 질문에는 "대통령 말씀 중 이름이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 사례가 아니다"라고 관련 해석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어떤 시스템을 만들더라도 천년만년 갈 수 있는 것은 아닐테지만, 그만큼 흔들리지 않고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신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cho11757@news1.kr
2019-11-08 09:43:36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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